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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RPG

[모험러]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최종장(4장) 스토리와 엔딩

지난 줄거리: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세계에 재앙이 닥칩니다. 아이들이 영혼없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를 '할로우본' 현상이라 일컫습니다. 나는 우연히 사람들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장치를 목격한 후 산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현생의 영혼과 전생의 영혼이 보이는 증상을 겪습니다. '주시자'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주시자의 능력은 달갑지 않습니다. '내' 영혼의 과거 기억까지도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많은 주시자들은 종국엔 정신착란을 일으키다 광기에 미쳐버립니다.


나를 이렇게 '각성'시킨건 '납 열쇠회'라는 조직의 수장 타오스입니다. 그도 세대를 거듭해 사람들 몸 속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살아갈 수 있는 주시자입니다. 긴 모험 끝에 나는 할로우본 현상을 일으킨 건 타오스이며, 타오스가 나를 각성시켰음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타오스는 나의 전생에 이단심문관이었으며, 나는 그의 충실한 부하였음을 알게 됩니다. 나는 이단을 잡아가두고, 고문하고, 죽이는 일의 선봉이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나의 스승 혹은 연인마저도 이단 재판에 넘기는데 주저하지 않는. 나는 이 모든 할로우본의 비극과 나의 비극을 끝장내려면 타오스와 대면해야 함을 깨닫고 그를 추적합니다.


타오스를 쫓아 마침내 그가 숨어있는 곳, 참회의 법정 입구 앞에 섰습니다. 갑지가 주인공 눈 앞에 환영이 보입니다. 전생의 기억인 것입니다.


타오스는 누군가를 고문하고 있습니다.


고문당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내 전생의 스승(혹은 연인)입니다. 나는 타오스의 밀명을 받고 그녀 곁에 침투해 그녀를 참회의 법정에 세웠습니다.


타오스 - "다시 묻겠다. 이오바라 익스 엔시오스, 그대는 여기 서게 된 죄목인 여러 가지 이단죄에 대해 자백하겠는가?"


그는 기다렸지만, 이오바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똑바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녀가 묶인 바퀴에서 나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어 말하자, 입술 사이에서 거미줄처럼 침 한 줄기가 이어졌습니다.


이오바라 - "더는 실수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음을 자백합니다."


"유일하게 진실한 신앙에 맞서 음모를 꾸민 걸 자백하겠는가?"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음을 자백합니다."


"거짓된 예언에 대해 자백하겠는가?"


"거짓된 선지자를 따랐음을 자백합니다."


"그런가? 그럼 이 거짓된 선자자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최고 심문관의 로브를 입은 사람입니다."


타오스는 고개를 젓고는 심문관에게 손짓했습니다. 그리고 환영이 사라지듯 당신의 머릿속에서 녹슨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쳤습니다. 저는 신들의 도움으로 참회의 법정으로 뛰어듭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빠른 추락은 갑작스레 끝났다. 당신은 심장을 진정시키고, 어둠에 시선을 적응시키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잊어버린 공기를 들이쉬느라 잠깐 멈춰 있었다.


당신 앞에는 어스레한 불빛 속에 좁고 황폐해진 통로가 아련하게 보이고, 동굴을 지나는 구불구불한 길이 넓게 펼쳐져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인 것처럼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차갑게 빛나고 살아 있는 영혼석 광맥은 어두운 저 아래까지 이리저리 갈라지고 튀어서, 오래된 길을 따라 희미하게 빛나며 순간순간 길을 비추고 있었다.


당신이 뛰어들어온 입구를 올려다보니, 희미하게 보이는 아주 작은 불빛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이 떨어진 우주 속에 혼자 빛나는 별처럼 보였다. 나가는 길은 앞에 놓인 길뿐이다.


갑시다. 앞에 놓인 길로.


참회의 법정 중앙에서 나는 법정에 묶여 있는 이오바라의 영혼을 만나게 됩니다. 


나 - "제 전 생애에는 제 영혼이 포기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알아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 당시 삶의 순간을 봤습니다. 당신과, 이단심문소와, 타오스의 행적 말입니다."


재판 직후였어요. 당신은.. 동요했는데, 내가 당신에게 가르친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군요.


"그게 뭐였습니까?"


신들은 가짜에요. 


저와 동료들은 당황하며 혹은 분노하며 각자 말도 안 된다며 한 마디씩을 내뱉었습니다.


저는 우리에게 종교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신들은 사실 신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라고 가르쳤어요. 인간이 만든 존재라고요. 


잉그위스인(고대 문명의 사람들)들이 상상해낸 거에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폭넓게 고찰하던 이들, 타오스의 사람들이요.


잉그위스 시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신을 숭배했어요. 신을 둘러싸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지요. 몇 번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잉그위스인들은 그런 논쟁을 끝낼 방법을 찾았어요. 진정한 신들을 찾는데 온 힘을 쏟기로 한 거에요.


자손 대대로 그들은 세상을 한 땀 한 땀 꿰매며 세상의 비밀을 하나하나 밝혀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답을 알아냈어요. 답이 없다는 게 답이었지요. 세상엔 신이란 게 없었어요. 있었다손 쳐도, 이미 모두 떠난 뒤였죠.


그걸 알아내자 그들은 충격을 받았어요. 그들이 그 사실을 알아냈으니, 다른 이들이 알아내는 것도 시간문제 아니겠어요? 목적도 없는 전쟁과 혼란이 세상을 뒤덮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겠어요?


하지만 잉그위스인들은 이 사실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아주 많은 걸 익혔어요. 그 다재다능함으로 그들은 공허함을 채울 신을 만들어낸 뒤, 세상 각지에 선교사들을 보내 신앙을 퍼뜨렸지요.


나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이 결정하게 하자 생각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게 제 신앙이었지요.


내가 선교사가 된 이유는 내가 남들에게 주고자 한 희망을 신들이 나에게 주었기 때문이에요. 한동안 난 진실을 알고 실의에 빠졌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난 그 어떤 것도 바뀐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여전히 나에게는 삶의 목적이 남아 있었고, 그 목적은 여전히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들이 한 번쯤은 이 진실과 마주치게 되지요. 하지만 이에 직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혹시?'하고 물을 배짱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의문을 품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그들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셈입니다.


간단한 해답은 없지만, 사람들 사이의 어딘가에는 신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진실이 항상 있어요. 거기서 우리의 진실을 찾을 가능성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저는 예전과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당신에게 한 행동이 후회되니,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서할 게 없어요. 항상 내가 잘못했고, 당신을 타오스에게 가는 길에 방치했으니까요. 당신을 되돌리려고 했을 땐 너무 늦었더군요. 직접 잘못된 일을 하는 것보다, 남이 나쁜 일을 하게 가르치는 게 훨씬 나빠요. 전 오랫동안 이 일을 바로잡고 싶었지만, 그러기도 전에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어요.


당신이 괴로워하는 원인은 타오스와 함께 그늘진 태양에 있어요. 당신의 의문을 풀 사람은 제가 아니라 그 남자예요. 그리고 당신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 건 타오스의 입에서 나오는 해답뿐일 거에요.


저는 타오스를 만나러 떠나기 전 이오바라 역시 자신의 신앙(?)에 지나치게 얽매어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신'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녀의 '신'은 자신은 반드시 이곳에 갇혀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이죠. 그러나 그 역시 환상입니다. 그녀는 최후로 자신의 믿음마저도 털어버리고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이오바라는 자신의 영혼이 소멸할 거란 생각에 겁을 먹습니다. 저는 '통찰'을 이용해 그녀가 신들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여기에 남았음을 간파합니다. 스스로의 선택이 틀릴까봐 두려워하는 거죠. 결국 그녀도 수긍합니다. 저는 이오바라의 영혼을 분해에, 그녀를 약속된 휴식에 들게 합니다. 


자, 이제 타오스와 마지막 승부를 벌일 때입니다. 참회의 법정 아래에 있는 고대인들의 건축물, '그늘진 태양'으로 향합니다.


태양의 신전 중앙홀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전생의 환영이 보입니다.


타오스 - "자네 자리를 너무 이탈했잖나, 심문관. 무슨 일로 왔나?"


"이곳은 뭡니까?"


우디카(타오스가 섬기는 신)에게 헌정된 성소일세. 여기처럼 다른 신들을 섬기는 성소도 많이 있지. 나는 종종 여기 와서 그녀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여기서는 우디카님이 내 말을 들어주신다는 확신이 드는 것 같아.


"이오바라가 말한 게 사실입니까?"


그 여자는 나의 신도들이 모든 것을 바쳐 이룩한 평화와 예의범절의 토대를 파괴할 방법만 찾고 있었어.


"당신 뒤의 장치는 어디에 쓰는 겁니까?"


용도는 다양하지만, 주요 목적은 저 장치를 둘러싼 혼돈을 구조화하는 거라네.


"저 모든 석상들(영혼이 장치에게 빼앗긴 몸)은 누구의 것입니까?"


나의 신도들 중 우디카에게 매우 충성하는 하인들의 기념비일세. 언젠가 나도 저러고 싶지만, 내 일이 아직 안 끝나서 말이야.


"이단심문은 전부 거짓입니까?"


이단심문은 썩어가는 상처에서 살을 발라내기 위해 존재한다네.


저는 이제 더 이상 기지를 발휘할 인내심을 잃은 채 몸을 떨었습니다.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알아야만 했습니다. 제가 믿었던 모든 것... 신들을 위해 했던 모든 행동에 대해서...


"신들이 고통을 끝내주실 거라고 하신 말씀은 거짓말이었습니까?"


타오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들끓는 마음을 억누르며 재차 묻습니다.


"신들은 존재하지 않습니까?"


신이라는 게 뭘까? 응? 더 높은 힘? 선한 행동의 보상자이자 악한 행동의 징벌자? 하루하루가 한 비극에서 다른 비극으로 넘어가는 다리로만 보이는 자들이 자신들의 암울한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우리의 신들은 전부 이런 존재들이다.


타오스가 말할 때마다 저의 내면에서는 분노와 의심, 공포와 절망이 주체할 수 없을 때까지 끓는 솥처럼 끓어오릅니다.


"신은 없는 겁니까!"


이 절규를 끝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마침내 현실의 타오스와 대면합니다. 타오스는 나와 동료들을 하나 하나 돌아보며 도발합니다. 하지만 내 동료들은 역전의 용사들, 그의 허튼수작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타오스 - "넌 어떻지, 올란인? 내가 심어둔 첩자들 말로는, 넌 고향을 멀리도 떠나왔다더군. 거리로든, 시간으로든. 고향에서 추방당한 고통을 네 친구들이 잊게 해주던가?"


히라비아스(올란인) - "추방? 그게 당신 엄마가 내게 옮긴 성병 이름인가? 바보짓 하지마, 영감. 나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나 - "당신의 잔혹한 짓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어."


그게 바로 네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다. 네 영혼이 형체도 없는 안개였던 과거에는, 온 세상이 가짜 신들을 믿던 때도 있었다. 수천 종류의 신이 있었지. 그 신들은 사람들에게 노예를 취하라고 했다. 이웃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죽은 자들을 먹으라고 했고, 신앙에 대한 증거로 그들의 아이들을 산 채로 불태워 그들의 유골 가루를 덮어 쓰라고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정한 신들을 알고 나서 상황은 변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신들이지. 그동안의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본능들은 우리 신들의 위엄 어린 빛 아래 녹아내렸다. 너도 사람들의 눈빛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중충한 공허함이 번뜩이는 광채로 바뀌었지.


"거짓된 희망의 광채겠지."


거짓된 희망이란 없다. 절대 오지 않을 것들에 대한 희망일 뿐. 그런 존재를 상상해본 적이 있나? 배교자 이오바라가 만들어낼 신이 어떨지? 사람들은 그 여자만큼 도덕적이지 않아. 우리의 신들이 없다면, 가장 사악하고 가장 포악한 자들이 권력을 취할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그 신은 공허한 존재가 될 것이다. 모든 수수께끼는 영원히 대답되지 않을 것이며 모든 목적은 무의미함 위에 세워질 것이다. 그 어떤 종말도 끝을 맺지 못하겠지. 오직 수레바퀴만이 자비 없이 돌아가 우리의 영혼들을 먼지로 갈아버릴 것이다.


"거짓으로 사는 것보단 그게 나."


넌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되네겠지. 네가 하는 일은 중요한 것이고, 그동안 네가 허송세월한 게 아니며, 세상은 정의롭다고... 배교자 이오바라의 세상은 거짓을 믿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본 모든 것들, 수많은 경험들... 난 이 길을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길만이 유일한 길이다.


"그게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다니 눈이 멀었군. 당신은 스스로 품은 의혹에 지배당하는 거야."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이 품은 의혹에 지배당한다. 그러니 의혹은 없애버리는 게 낫다. 너의 영혼과 수천 명의 영혼으로, 난 이 세상을 고통으로부터 씻어낼 것이다. [영혼을 빨아들이는 장치의 힘을 이용해 우디카를 (가공의) 유일신으로 만들려고 하는 듯.]


우디카여, 들으소서. 당신의 하인이 도움을 구하옵니다.


결국, 남은 것은 타오스와의 피의 대화 뿐. 


저는 타오스를 제압하고 그의 영혼을 파괴합니다.


"이제 그만 평안 속에 잠드시오."


그리고 타오스가 만든 장치 속에 갇혀있던 영혼들을 모두 본래의 몸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이제 긴 생애 내내 저의 영혼을 괴롭히던 질문들은 사라졌습니다. 이젠 어떤 답을 스스로 구할 것인가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드디어 깊은 잠에 듭니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참으로 긴 여정이었습니다. 여기서 마칩니다. 


https://youtu.be/TgXTP8l5tWo


https://youtu.be/5bi0KPkFg0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