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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숭이 섬의 비밀 2 리척의 복수 리뷰(Monkey Island 2 LeChuck's Revenge)



요새 주류가 된 어드벤처 게임 제작의 트렌드는 게임을 에피소드 별로 쪼개 파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한 게임을 마치 다섯 게임이라도 되는 것 마냥 팔 수 있어 수익성이 올라가고, 또 초기 에피소드의 판매 자금으로 후속 에피소드를 만들 시간과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사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플레이해 본 바, 대체로 한 에피소드는 2~3시간 분량이다. 에피소드끼리는 스토리만 연결되지 게임 플레이는 연결되지 않는다. 즉, 에피소드1에서 수집한 정보나 아이템이 에피소드2에서는 활용되지 않는다('스토리'의 이해에는 활용되겠지만).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게임 플레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러니 큰 목표, 장기간에 걸친 정보 수집,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오랜 준비과정들이 있을 수가 없다. 큰 목표야 있지만, 요새 롤플레잉(rpg) 게임들의 퀘스트가 무슨 매일 매일 검사 맡아야 할 숙제처럼 쪼개져 나오듯이, 퍼즐들도 에피소드 별로 쪼개져 나온다. 스토리(목표) 따로 퍼즐(해결) 따로인 셈이다. 굳이 수익성이 아니더라도 이런 방식은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한 게임을 오래 붙들고 있지도 못하는, 게임을 하면서 얻는 정보를 종이에 적어가며 마우스에서 손을 떼 중간 중간 게임을 멈추고 숙고하는 느린 과정을 견딜 수 없는 일부 게이머들에게 어울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번에 리뷰하는 『원숭이 섬 2: 리척의 복수 스페셜 에디션』(Monkey Island 2: LeChuck's Revenge Specail Edition)의 원작이 발매된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1991년, 아마 특정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80년대 어드벤처 게임보다 여러모로 난이도가 떨어졌다며 불만을 토할지도 모를 시기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이 게임은 여전히 고전 명작 게임들이 담고 있던, 당시 게임 제작자들과 게이머들이 공유하던 시대정신을 잘 보존하고 있는 명작이다. 다행히 이 리메이크판도 그 핵심을 보존하고 있다. 그래픽과 사운드, 인터페이스만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킨.


그 시대정신 중 하나가 긴 호흡이다. 물론 '원숭이 섬2'도 챕터 구분은 있다. 그러나 요새 나온 에피소드로 쪼개진 게임과는 다르게 '원숭이 섬2'에서는 1장에서 얻은 힌트가 최종장의 퍼즐을 푸는 핵심 정보로 활용되며, 2장에서 우연히 얻은 아이템이 역시 최종장의 문제 해결의 결정적 요소 중 하나로  쓰인다. 게임의 본론에 해당하는 2장은 어떤가. '빅웁'의 보물지도를 얻는 커다란 목표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섬, 또 각 섬의 서로 다른 지역 모두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퍼즐을 풀어야 한다. 한두 단계로 퍼즐이 종료되는 경우는 드물다. 적어도 두세 단계, 많으면 네 단계, 다섯 단계의 퍼즐을 거쳐야 보물 지도 한 조각을 얻는 식이다. 물론 끈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 요즘 기준에서는. 그러나 1991년 당시 이 정도의 감내도 하지 않고 엔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롤플레잉(rpg), 어드벤처(adv) 게임은 드물었던 것 같다. 엔딩을 보기까지 고난이 컸던 만큼, 대신 고생 고생해 엔딩을 보았을 때의 그 벅찬 느낌은 쉬워진 요즘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새삼 또 시대가 달라졌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의 관계다. 즉, '원숭이 섬2'는 게임 플레이가 핵심이고 스토리는 그저 양념이다. 스토리는 플레이어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퍼즐 간의 연계를 만들어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그러나 요새 많은 게임들은 아무래도 스토리가 중심이다. 스토리를 강화하는 것은 좋으나, 그 노력이 때론 너무 지나친 나머지, 일부 게임들은 점차 게임 플레이는 사라지고 그것이 거의 드라마나 영화의 변종처럼 되었다. 나도 스토리에 열광한다. 그러나 게임에 게임플레이가 희미하다면 아무래도 맥이 빠지는게 사실이다.


스토리는 약하지만 이 게임은 유머가 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이 게임은 '코믹' 어드벤처 장르의 전설이다. 다만 이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유머코드라는 것이 사람마다 취향이 많이 다른 법이다. 따라서 이런 코믹 어드벤처 게임은 유머코드만 맞으면 한없이 재밌는 갓겜이 될 수도 있지만, 맞지 않으면 대체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 쓰레기겜이 될 수도 있다. 게임의 유머가 돌아가는 방식이 맞지 않으면 코믹 게임 특유의 과장된 퍼즐 해결 방식도 맞지 않을 것이다. 양키식 유머가 구사되는 게임이라 더욱 그렇다.


앞서 이 게임이 뭔가 엄청나게 어려운 게임인 것 마냥 적어놨지만 그렇지는 않다. '원숭이 섬2'는 과거 PC 게이머라면 안 해본 사람을 꼽는 것이 더 빨랐을 게임이다. 어드벤처 게이머가 아닐지라도. 꼬맹이들도 얼마나 많이 즐겼던가(아니 어쩌면 주로 꼬마들이 즐겼던 것 같다). 심지어 한국의 코흘리개들도 영어도 모르면서 서로 토론하고 사전 찾아보고 삼촌에게 물어봐가며 게임 속 퍼즐을 해결하고 엔딩을 보았었다(당연히 구글 검색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 오늘날의 게이머들도 이 게임을 깨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약간의 침착함과 참을성이 필요할 뿐이다. 리메이크판은 오브젝트 하이라이트 기능과 마우스 우클릭 상호작용 기능 때문에 난이도도 원작보다 쉬워졌다. 그러나 어드벤처 게임에 막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권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요즘 나오는 어드벤처 게임들을 먼저 해보길 권한다. 어드벤처 장르는 재미를 알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어드벤처 장르의 즐거움을 슬슬 알아가고 자신감이 붙을 때쯤 이 고전 명작에 도전해보자. 신선한 마음으로 『원숭이 섬』의 세계로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평가: 탁월함


16/06/26



[연재] - [게임으로 영어공부!] 원숭이 섬의 비밀 2 리척의 복수, 힌트만 알려주는 공략, 1장(Monkey Island 2 LeChuck's Rev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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