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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포니아 둠스데이 리뷰 (Deponia Doom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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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어드벤처가 편하게 의자에 기대 누워 가벼운 마음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웃을 수 있는 장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드코어 장르다. 오늘날 게이머에게는. 그 어떤 황당한 일도 허용되어 퍼즐 구성의 제약이 사라진 코믹 어드벤처의 세계에서 게이머는 제작자가 작정하고 만든 정신나간 퍼즐들을 상대해야 한다. 스토리보다는 퍼즐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장르이며, 제작자가 대놓고 플레이어를 골탕먹이겠다고 천명하는 장르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첫째, 유머코드는 보통 취향이 극명히 갈리고, 둘째, 황당한 퍼즐(비논리적 퍼즐)을 마주하면 짜증이 나는 사람과 눈이 반짝반짝 거리며 즐거운 사람이 갈리기 때문이다. 


데포니아 둠스데이가 어드벤처 열성팬들만의 게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The 14 Deadly Sins of Graphic-Adventure Design'(그래픽 어드벤처 디자인의 14가지 치명적 죄악)에서 다루는 스페이스 퀘스트와 같은 고전 코믹 어드벤처 게임들과 비교한다면 데포니아는 그냥 애교일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야 롤플레잉이든 어드벤처든 시뮬레이션이든 한 게임 잡으면 몇 개월 이상 씩 파고드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요새는 과연 누가 어드벤처 게임에서 단 30분이라도 막히는 것을 견디겠는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든 알트탭을 누르든 상시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에서 몇 분 안에 공략을 찾아낼 수 있는데. 이 달라진 게이머의 시대정신을 기준으로 한다면 데포니아 둠스데이는 분명 어렵다. 


데포니아 둠스데이는 데포니아 시리즈 팬에게도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전작 '굿바이 데포니아'(Goodbye Deponia)의 엔딩은 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다. 데포니아 시리즈는 거기서 끝났고 끝내는 것이 맞았으나 하도 팬들의 말이 많자 제작사는 '그래? 그렇게 원하면 하나 더 내주지!'하는 마음으로 이 게임을 만든 것 같다. 게임은 시작부터 대놓고 유혹한다. '전작 엔딩이 마음에 안들었니? 그럼 어디 한번 바꿔보렴.' 유혹에 이끌려 게임을 마치고 나면 플레이어는 이 둠스데이가 그 자체로 플레이어를 (루퍼스스럽게) 조롱하는 하나의 메타-유머 혹은 빅엿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유머일지 빅엿일지는 각자의 취향이 결정할 것이다. 나는 나쁘지 않았다.


둠스데이의 핵심 플레이는 타임루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타임루프는 이미 과거 데포니아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당연히 기존 데포니아 세계관에 새로 스토리를 더한 부분은 거의 없다. 새로운 스토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모험을 기대한다면 이 부분도 마이너스 포인트가 될 것이다(그렇다고 둠스데이를 플레이하기 위해 데포니아 시리즈 기존작들을 꼭 플레이해봐야 하는 건 아니다. 해보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나는 영화 <백 투더 퓨처> 이후로 타임루프물에 늘 호감을 가져왔다. 이 소재가 허구헌날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반복돼도 볼때마다 신기하고 빠져든다. 내겐 플러스 포인트다. 


사실 나는 어드벤처 게임이 (의미있는 방향으로) 쉬워지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 중도파다. 내가 가장 선호하지 않는 어려움은 인벤토리 퍼즐의 어려움이다. 즉, 아이템이 많고, 조합하는 단계도 많으며, 적용 가능한 후보지도 많아 최종 해결의 난이도가 높으면 아주 골치아프다. 거기에 비중까지 높으면 어쩔수 없이 자주 지루해진다. 미스트의 후속작 리븐(Riven)과 같은 게임도 무척 어렵지만 미스트류 어드벤처 게임의 어려움은 아이템 수집과 조합, 적용의 어려움은 아니다. 한편, 우제트 아이 게임즈(Wadjet Eye Games)의 어드벤처 게임들은 대체로 인벤토리 퍼즐의 비중은 낮고 정보 수집·활용 퍼즐의 비중은 높다. 때문에 퍼즐이 그 자체로 스토리를 추동하기에 전개가 빠르다. 내가 선호하는 쉬우면서도 의미 있는 퍼즐이다. 


그런 점에서 데포니아는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모두에서 정통적인(old-school) 어드벤처다. 데포니아의 제작사 '다이달릭 엔터테인먼트'(Daedalic Entertainment)에서 출시하는 어드벤처 게임의 성향이 거의 이런 것 같다. '우제트 아이 게임즈'의 게임은 그래픽은 20세기이지만 게임플레이에서는 21세기의 느낌을 받는다면, '다이달릭 엔터테인먼트'의 게임은 그래픽은 21세기이지만 게임 플레이에서는 20세기의 느낌을 받는다. 나와 반대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데포니아 둠스데이는 전반적으로 재밌고 웃겼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는 중간 중간 지루했다. 


평가: 괜찮음



[영어게임정복!] 데포니아 둠스데이 힌트만 알려주는 공략 #1(Deponia Doom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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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모험러의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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