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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블랙웰 레가시(THE Blackwell Legacy) 리뷰


게임 『에단 카터의 실종(The Vanishing of Ethan Carter)』의 제작자는 블랙웰 시리즈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어드벤처 게임의 핵심 매커니즘은 재미가 없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러한 매커니즘을 극복하고 훌륭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극소수' 뿐이다. 실제로 바로 지금 단 한 명만이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데, 그건 바로 Wadjet Eye Games의 주인이자 루카스 아츠의 어드벤처 황금기 이후 유일하게 위대한 어드벤처 게임 Blackwell 시리즈의 창작자인 데이브 길버트(Dave Gilbert)이다. 나는 지금 막 Blackwell Epiphany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끝냈다. 


이 게임은 진정한 재능이 어떻게 매커니즘의 약점을 커버하는데서 나아가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이다." 

출처: http://gdf.inven.co.kr/t/topic/406 


위 필자는 데이브 길버트와 같은 천재가 등장해야만 재미있을 수 있는 어드벤처 게임은 그 자체가 이 장르의 결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게임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그의 블로그에서 설파하다가 그 이론을 집약해 내놓은 물건이 바로 '에단 카터의 실종'이다. 글쎄, 누가 만들든 재미를 보장하는 매커니즘을 가진 게임 장르가 있을 수 있을까? 결국 어떤 장르든 '누가', '어떻게' 장르의 매커니즘을 활용하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가 달라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 어드벤처 게임은 죽었다고 말했을 때, 바로 데이브 길버트가 등장했다. 20대 중반부터 혼자 무료 게임을 만들어 발표해오던 데이브 길버트는 2006년 그의 첫번째 상업용 게임 『시바(The Shivah)』에 이어 블랙웰 시리즈의 효시가 되는 작품 『블랙웰 레가시(The Blackwell legacy)』를 세상에 내놓았다. 


블랙웰 레가시의 후속 작품들과 그가 설립한 개발사 <우제트 아이 게임즈Wadjet Eye Games>에서 나온 리조넌스(Resonance)와 같은 게임과 비교하면 시리즈의 첫 작품 『블랙웰 레가시』는 여러가지로 엉성해 보인다. 그러나 성공하는 작품들이 꼭 태초부터 완벽했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심슨가족>도 <딜버트>도 처음에는 어설펐다. 그러나 그 어설픔 뒤에 어떤 생명력과 미지의 힘(x factor)이 있었고 그것이 그 작품에 열광하는 매니아들을 창출했다. 작품의 질은 열정적인 지지자들에 힘입어 그 이후부터 더 좋아졌다.


블랙웰 레가시도 그렇다. 총 게임 시간이 채 2시간도 안 되는 이 게임에는 어드벤처 게임을 어드벤처 게임답게 하는 요소가 충실히 다 들어있다. 퍼즐의 난이도는 쉽지만 적절한 만족감을 주고, 게임의 캐릭터는 이후 이들의 활약을 궁금하게 한다. 목소리 연기는 뛰어나고 음악은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몰입감을 준다. 과거 어드벤처 게임을 많이 즐겼던 사람에게도 무언가 흐뭇한 느낌을 주고, 입문자에게도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어드벤처 게임의 핵심 재미가 무엇인지 눈 뜨게 해준다.


예전에 『롱기스트 저니』가 나왔을 때 여러 매체에서 이 게임은 어드벤처 장르를 부활시켰다고 찬사를 받았다. 나도 『롱기스트 저니』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 찬사는 블랙웰 시리즈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어드벤처 게임 매니아들 사이에서 칭송이 자자한 블랙웰 시리즈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꼭 이 첫 번째 작품부터 빠짐없이 플레이해보아야 한다. 이 게임은 미약한 시작이 어떻게 창대하게 끝맺음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이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게임 길이: 2시간 안쪽.

평가: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