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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랜 보우 리뷰 (Fran Bow)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이자 무의식의 세계를 연구한 프로이트는 1856년에 태어나 1939년에 사망하였다. 이 생몰연대는 정신의 문제를 다루는 호러 장르가 가장 사랑하는 시기와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다. 정신병에 대한 미신적 공포가 여전히 지배적인 가운데 이제야 막 과학적 이해가 싹을 틔우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그런 걸까? 아마도 과학적 이해가 수많은 비합리적 오해와 오류를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해보았던 과거 수많은 실패한 실험들과 치료들은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그 자체로 정신나간 호러로 보인다. 


프랜 보우는 1940년대 어느 정신병원에서 프랜이 깨어나며 시작한다. 프랜에게는 어떤 알약이 주어지는데, 이 알약을 먹게 되면 현실 세계(의식) 이면의 초현실 세계(무의식)가 펼쳐진다. 현실과 초현실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엉켜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내 이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 들며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데 이 감각이 독특하고 신선하다. 게다가 때로는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우리 무의식의 세계가 진짜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과연 얼만큼 기괴하고 뒤틀리고 고어할까? 우리의 정신 세계는 과연 '건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잘은 모르지만 듣기로 영화판에서는 신인 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보이기 위해 저예산 호러 영화로 영화계에 입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게임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명작 호러 게임 '더 라스트 도어'(The Last Door)도 소규모 인디 개발진이 펀딩을 모아 개발했다. 이 프랜 보우 역시 소규모 인디 개발진이 펀딩을 모금해 개발한 것으로 안다. 호러는 어드벤처 장르와 궁합이 잘 맞아 저예산으로 훌륭한 작품을 선보이기에 최적의 장르인 것 같다. 그래픽이 후지면 후진대로 분위기가 살며, 보이스액팅이 없으면 없는대로 또 분위기가 산다. 어드벤처 고유의 퍼즐 풀이는 미스터리를 증폭한다. 액션 게임처럼 끊임없이 뭔가 쏘고 죽이는 스토리 라인을 짜지 않아도 돼 플롯을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저렴하게 시도해보기에 최상의 조건인 것이다. 물론 조건이 좋다고 꼭 훌륭한 작품이 나오지는 않지만, 프랜 보우는 그것을 훌륭히 해낸 역작이다. 다만 '더 라스트 도어'와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목소리 연기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라스트 도어'보다는 이 게임이 더 동적이고 동화적인 게임이라서 그런 느낌이 든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유명 유튜버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직접 목소리를 입힌 영상들로 대리 만족할 수 있다. 이 영상들은 조회수가 어마무시하다. 족히 영상 한 편당 수천만의 조회수가 찍혀 있고 시리즈 전체 영상의 조회수는 억대가 넘어간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화 '판의 미로'와 같은 느낌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은 후회없을 선택이다. 나는 호러 장르의 팬이 아니라서 자주 등장하는 고어 장면이 반갑지는 않았다. 어쩌면 전반에 흐르는 동화적인 분위기와 고어 연출이 주는 부조화가 호러 팬들에게는 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일 수 있겠다. 스토리와 엔딩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과연 프랜의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스팀 토론 페이지를 참조하자(여기: https://steamcommunity.com/app/362680/discussions/0/527273452880295609/?ctp=19).


평가: 기대 이상


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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