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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회고]당신의 피를 끓게 하는 게임, 뱀파이어 머스쿼레이드 블러드라인

전문: "Vampire: The Masquerade - Bloodlines was enough to make your blood boil"



'PC Power Play'에 올라온 회고 기사입니다. 플레이하며 여러번 놀랐던 게임입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우연히 말카비안 클랜으로 플레이했는데, 대사 글씨체도 요상하고 대화 지문도 아주 희한하더군요. 처음엔 무슨 버그거나 설정이 잘못된 건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말카비안 뱀파이어들의 고상하면서도 미친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더군요. 세상에, 고르는 종족에 따라 대사가 통째로 달라지는 게임은 이 게임 전으로도 후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유의 어둡고 고독한 느낌은, 수많은 팬들을 아직도 이 게임에 미치게 하는 요소니 두말할 필요도 없지요. 이 게임은 심지어 마지막 보스를 처단하러 가는 여정마저 쓸쓸한 느낌을 주었습니다(택시). 성인의 눈높이에 맞춘, 성인을 위한 게임입니다. 아래는 기사 요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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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라인은 재앙이었다. 이 게임의 개발진 트로이카(Troika)에게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부족했던 데에는 기업의 야바위(액티비전) 때문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트로이카가 너무 많은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 RPG로서, 이 게임은 두 가지에서 두 번째였다. 첫째, 2000년에 나온 리뎀션의 후속작이었고, 둘째, 소스 엔진을 쓴 두 번째 게임이었다(첫 번째 게임은 하프라이프2). 그리고 제정신이 아니게도 하프라이프2와 같은 날에 발매되었고, 고든 프리먼의 군홧발에 짓밟혀 사라져버렸다.


2000년 리뎀션도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워낙 매력적인 세계관이고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이라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았다. 그래서 액티비전은 월드 오브 다크니스 IP에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번엔 핫한 개발사와 더 핫한 새로운 3D 기술로 무장하여.


소스엔진이 2003년 E3에 선보였을때 사람들은 그 놀라운 ′물리적 효과′와 감정을 실을 수 있는 얼굴 표현에 놀랐다. 이는 정치적 음모와 충격적 사건으로 가득한 어두운 뱀파이서 스토리를 표현하기에 딱이었다.


그래서 트로이카는 하프라이프2가 나오기도 전에 엔진과 계약하고 아직도 베타 상태인 엔진으로 게임 만드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는 극도로 어려운 과제였다.


개발은 계속 지연되었다. 리뎀션은 작은 팀으로 2년 만에 개발이 완료되었었다. 하지만 블러드라인은 야망이 엄청나게 컸다. 4개의 레벨 허브, 그 각각마다 다시 수많은 작은 레벨들, 다양한 무기 옵션, 복잡한 잠입 시스템, 9개의 종족, 7개의 클래스, 완전히 다른 대화 트리와 선택지를 갖는 정신나간 뱀파이어 클랜(말카비안). 


그것은 정말 컸다. 2003년도에 그런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인간 공학적 과제였다. 그리하여 액티비전은 인내심을 잃고 트로이카에게 움직일 수 없는 데드라인을 주었다. 트로이카팀도 이 정도로 쪼임을 당한 적은 없었다. 그리하여 결과물은 그들의 원대한 비전의 사생아일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 캐릭터, 심지어 레벨 전체가 제거되었다. 게임 후반부는 그저 달리기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 전락했다. 그런데 하프라이프2가 한창 팡파르를 울리던 그 때 이 게임을 접해본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에 뭔가 특별한 것이 들어있음을 알아챘다. 그것은 부활이 필요했다.


한 남자가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뮌헨에 사는 화학자 워너 스팔(Werner Spahl)이 10년이 넘는 프로젝트로 블러드라인이 원래 의도했던 바를 부활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곰팡이 슨 16세기 장인의 유화 작품을 복원하는 것만큼이나 난이도 높은 작업이었다. 단서들은 데이터 속에 숨어있었다. 캐릭터 모델들, 레벨의 윤곽들, 제거된 퀘스트들이 어떤 플레이를 의도했었나에 관한 힌트들.. 


스팔의 열정은 뱀파이어 커뮤니티의 열정에도 불을 지폈고 그를 돕게 되었다. 3d 모델링부터 보이스액팅까지 커뮤니티는 그때부터 시작해 아직도 작업중이다.(최신 패치는 올해 3월에 나왔다고 함.) 패치는 그저 문제를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라진 컨텐츠들을 복원해놓은 것이었다. 이 작업에 진정한 완성은 없을지 모른다. 이 뱀파이어 에픽의 사방으로 뻗어있고 엮여있는 규모를 생각하면. 


오늘날에는 NPC와 몬스터로 가득찬 큰 규모의 게임이 흔하지만, 과거에도 한 방에 비좁게 모여 앉아 오직 자랑스러운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또 그들의 야망을 실현하고자 고통받고 또 고통받아야 했던 작은 팀들도 있었다는 걸 기억하자. 


17/03/12


* 번역&요약: 모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