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집

[RPG Codex 리뷰] 토먼트: 타이즈 오브 누메네라

[RPG Codex 리뷰] 토먼트: 타이즈 오브 누메네라

By 프라임 준타(Prime Junta)


전문: http://www.rpgcodex.net/content.php?id=10572



대부분의 CRPG에는 악용 가능한 시스템이 있다. 재밌을 만큼 충분히 복잡한 게임이라면 이런 시스템이 있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누메네라는 너무나 고통스러울정도로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악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것은 게임의 두 가지 기능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능이 플레이어가 원하는 캐릭터 빌딩의 다양성을 거의 완전히 무효로 만든다. 그 두 시스템은 바로 ′노력′(Effort) 시스템과 아무 파티 멤버가 거의 모든 스킬 체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파티원을 각 스탯에 전문화시킨후 스킬 체크를 할 때마다 걔를 고르는게 할 일의 전부다. 이건은 나쁜 CRPG 디자인정도가 아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아마 언제나 멋지게 성공해야하고 항상 거기서 와우! 굉장한데! 라고 느낄 수 있는 플레이어에게나 재밌을 것이다.


펜앤페이퍼 누메레라 팬들도 실망할 것이다. 누메네라 시스템이 crpg에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컴퓨터만 처리할 수 있는 복잡성을 추가하여 고유의 cprg를 만드는게 가능했다. 누메네라 세계의 핵심이어야 할 사이퍼(Cypher, 일종의 마법)는 그저 사이드디쉬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사이퍼에 속해야 할 많은 항목들이 캐릭터의 사이퍼 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평범한 소모품이 되었다. 누메네라 고유의 휴식 메커니즘은 사라졌다. 최종 결과는 누메네라의 가장 나쁜 측면이 상상력 떨어지는 흔해빠진 CRPG 메카닉과의 불편한 결합이다.


약속된 그래픽


인카운터라도 잘 디자인되고 흥미로웠다면! 슬프게도 대부분의 인카운터는 똑같은 적들로 양만 무지하게 많다. 일부는 계속 리스폰된다. 당신이 해야할 일은 한 두가지 옵션을 선택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저 헛되이 달려드는 적들을 기다리면 된다. 설상가상으로 적들의 턴이 끝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양은 질을, 즉 즐겁고, 파고들 여지가 있고, 활기차게 반응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턴제 전투 시스템을 대체할 수 없다.


무드 라이팅과 시차 레이어가 사라진 최종품


킥스타터에서 약속한 ′그 무엇과도 같지 않은 세상′ 역시 거짓 약속이 되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맵이 1980년대 사무실에서 튀어나온듯한, 잘 맞지도 않는 텍스쳐에 단조롭고 늘 똑같은 광원효과를 줘 조잡하다. 게다가 장소가 많지도 않다. 토먼트에 비해서도 맵 크기로 보아 꽤 작다. 인테리어도 눈에 띄게 결핍되었다. 


사운드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풍미가 없다. 


퀘스트는 종종 복수의 해결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디자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자연스럽다. 모든 것이 ′우발적으로′ 당신의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게임은 잠이 쏟아질만큼 쉽다. 그리고 약간이라도 지적이고, 전술적이고,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도전을 느낄만한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가끔 클릭미스로 짜증이 났던 것 밖에는. 


하지만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라이팅(writing)이다. 이질적인 부분들이 하나의 통합된 전체를 구축하는데 실패했고 한가지 테마만 계속 주절주절 떠들 뿐이다. 불필요한 형용사와 설명들.. 모두가 뭔가를 떠들지만 도대체 그것들을 듣고 있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결말도 완전히 예측 가능하며, 그것이 해결되는 방식은 매스이펙트3가 준 실망에 비견할만하다. 이 게임은 전투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투 게임이자, 실패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킬 게임이고, 스토리의 질을 단어 수로 평가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토리 게임이다.


지금도 킥스타터 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설렌다. 이 게임은 정말 아름다울 수 있었다


누메네라의 치명적 결함은 그 소심함에 있다. 이 게임은 자기 선조의 그늘에서 단 한발짝이라도 벗어날까 두려워 떨고 있다. 대신 토먼트가 하나의 공식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토먼트는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화두로 삼킬 수도 그렇다고 뱉을 수도 없는 불에 달구어진 시뻘건 쇠공을 입에 물고 참선하는 승려라면, 누메네라는 배꼽의 심오함과 사랑에 빠져 적포도주에 심취한 철학과 신입생이다. 토먼트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핵심 질문들을 그 자신에 체현하고 있었다. 누메네라의 캐릭터들은… 그냥 말만 한다. 그들은 피와 살로 살아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쓰여져 있는 문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색칠된 막대기에 불과하다.


작가들은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장엄한 결말에서 토먼트는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고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질문은 오랫동안 묻고 대답해온 것으로 긴 여정의 한 단계만을 나타낸다. 만약 충분히 노력했다면 그것은 당신을 그 문제가 더는 중요하지 않은 곳으로 이끈다. 승려는 공안을 통과한다. 빨갛게 달구어진 쇠공은 원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참된 예술성이다. 비굴한 흉내내기로는 도달할 수 없는.


누메네라는 미스터리이자 비극이다. 미스터리는 이렇다. 어떻게 500만 달러짜리 킥스타터가 그토록 경험과 재능이 많은 업계의 베테랑들을 데리고 이런 끔찍한 결과를 낼 수 있단 말인가? 비극은 이렇다. 그토록 흥미진진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너무나 잔인하게 실패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은 무참하게 부서졌다.


게임이 간혹 반짝하고 보여주는 창의성, 야망, 지성은 그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것을 성취할 수 있었고, 성취해야만 했는가를 보여주어 슬프다.


게임은 약속보다 훨씬 짧다. 킥스타터에서 약속한 애니메이션, 겹레이어, 올드스쿨UI, 역동적인 조명, 완전한 보이스오버, 수작업으로 만든 독특한 컨셉 아트 및 초상화 등등. 이 모든 것은 제거되었거나 열화되었다. 어디를 보나 기본 품질부터가 떨어진다. 도대체 업계 최고의 베테랑 프로들이 모여 만든 500만달러짜리 작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던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후속작이 아니다. 심지어 헌정작도 될 수 없다. 심지어 모방작이라고 하기에도 모자라다.  


라이브 오케스트라. 삭제. 오시파간의 유적. 삭제. 장난감들, 또 다른 동료들, 그 외 수 많은 것들. 삭제. 삭제. 삭제. 


그 모든 열정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더 최악인 것은 인엑자일이 이 모든 삭제를 그냥 덮어버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인엑자일이 주둥이를 크라우드 펀딩 여물통에 다시 들이밀길 원한다면 먼저 팬들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 배신의 규모로 볼 때 그건 어려운 요구가 될 것이다. 훌륭한 출발점은 깨끗이 인정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해명하라.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500만달러가 어디에 쓰였는지 그리고 왜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팀으로 그렇게 낮은 기준을 가지고 있었고, 이토록 질떨어지는 작품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그들은 예산이 있었다. 그들은 재능이 있었다. 그들은 심지어 이미 만들어진 아이소메트릭 crpg 엔진과 에셋(asset) 프로덕션 파이프라인도 가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아, 어쩌면 그들이 콘손 플레이어에게 갑옷 DLC를 팔지도 모르겠다. 먹힐 것이라 추측해본다.



17/03/15


* 번역&요약: 모험러



[RPGWatch] 토먼트: 타이즈 오브 누메네라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