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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섀도우런 드래곤폴 리뷰 (Shadowrun Dragonfall)


* 영상 리뷰, https://youtu.be/UeG6QgILViQ


섀도우런 드래곤폴은 섀도우런 리턴즈의 후원자에게 제공하는 확장팩 형식으로 나왔다가 나중에 독립된 작품 ′섀도우런 드래곤폴: 디렉터즈 컷′으로 떨어져 나왔다. 전작이 섀도우런 게임 엔진을 선보인 것에 의의가 있었다면, 드래곤폴은 엔진은 이미 나왔겠다 본격적으로 컨텐츠에 집중한 느낌이다.


엔진도 개량되어 편이성 면에서도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엔진의 한계도 여전하다. 기초적인 팀원간 아이템 공유와 관리도 어렵고 출시된지 한참 되었음에도 간혹 게임 진행 불가의 버그도 발생한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라든가 동적으로 변하는 세계는 표현할 수 없다. (섀도우런 홍콩으로 가면 엔진이 또 조금 더 좋아진다.)


그럼에도 섀도우런 엔진이 (섀도우런 세계를 표현하기에는) 훌륭하다 평하고 싶다. 이 게임은 팬들의 펀딩으로 제작한 소규모 개발사의 작품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무얼 선택하고 무얼 버릴 것인가?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는가? 무얼 해야하고 무얼 하지 말아야 하는가? 여기부터가 개발사 HBS(Harebrained Schemes)가 빛나는 부분이다.


HBS는 사이버펑크 장르를, 그리고 섀도우런 세계를 살아 숨쉬게 하는게 무엇인지를 뼛속까지 이해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테이블탑 섀도우런 세계관을 창조했던 사람들이 이 게임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여부는 체크를 못해봤다.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섀도우런 리턴즈 디럭스를 사면 섀도우런 단편 소설 이북을 같이 준다. 한 번 읽어보라. 준수한 장르 문학 모음집이다. 섀도우런 세계관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수준의. 설령 원창작자가 아닐지라도 그 정도 수준의 소설을 써낼 수 있는 자들이 게임 제작에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섀도우런 세계를 저예산의 rpg 게임으로 부활시키는데 핵심은 결국 그 ′세팅′ 고유의 느낌을 얼마나 전달하느냐에 있다고 본 것 같다. 제작진의 선택은 라이팅이었다. 화면은 필요한 배경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만족한다. 당연히 오픈월드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대신 사물과 배경의 묘사, 인물의 대화 등을 최대한 ′글′을 이용해 공들여 묘사한다. 비선형성, 다양한 분기 등을 포기하는 대신, 진정으로 섀도우런 세계를 맛볼 수 있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테이블탑 rpg에서 제공하는 종족과 직업을 게임에서도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고 각 고유의 능력을 전투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최종 결과는 비주얼노벨의 느낌이 나는 롤플레잉이다. 컴퓨터 rpg 게임의 핵심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겠지만 나는 마음에 들었고 만족했다. 게임을 마치고 나면 좋은 장르 소설 한 편을 읽은듯 가벼운 여운이 남는다. 전투에 엄청난 전술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직업의 고유한 느낌을 활용하고 경험하기에는 충분하다. 매트릭스 세계는 좀 약하고 지루한 부분이지만 이것도 제작진의 고충을 이해한다. 의미있는 방식으로 잘 만들기가 너무나 어려운 부분인 것이다(결국 섀도우런 홍콩에서는 매트릭스가 턴제에서 실시간으로 바뀌고 약간의 퍼즐이 추가된다).


′어드벤처게이머즈′에서는 매년 어드벤처 게임 하나에 베스트 세팅상을 수여한다. 롤플레잉에도 그런 상이 있다면 나는 2014년도(출시일) 수장작을 ′새도우런 드래곤폴′로 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대 기업의 ′임금 노예′(실제 게임상의 표현)로 살아가고, 드래곤은 더 이상 브레스와 발톱이 아니라 속임수, 기만, 협작, 음모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시대. 임금 노예로 사느니 그림자 속에서 사는 것을 택한 섀도우러너들의 이야기. 한 번 플레이해보자.


평가: 기대 이상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gQaFGEA2rbSwnP7I-RJjElreirPLM3-Y


「글로리: 그게 그들이 바라는 바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바야. 기업들, 드래곤들, 정치인들, 모두가.


그들은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길 원하지. 그들은 우리 자신이 작게 느껴지도록 노력을,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느끼도록.


블리츠: 자, 근데... 음.. 우리가 이긴거 맞지?


러너: 이 일에 이기는 건 없어. 우린 그저 살아남았을 뿐. 그게 모든 러너가 희망하는 바고, 기대할 수 있는 전부야.」

- Shadowrun: Dragonfall의 대사에서 발췌, 번역.


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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